
안티크라이스트.
아이를 잃은 부부가 숲으로 들어간다. 남편은 심리치료사다. 아내의 우울과 슬픔, 절망, 비탄을 고치려고 한다.
이야기는 낯설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한다. 프롤로그에서 에필로그까지…완결성을 갖춘 이야기 자체는 어렵지 않다. 다만, 아는 만큼 느끼고 보인다는 말이 이만큼 정확하게 들어맞는 영화도 드물 것이다.
그들이 정사를 나누는 사이 아이는 창문밖으로 떨어진다. 영화가 시작되면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들이 펼쳐진다. '울게 하소서'가 배경음악으로 흐르고 흑백의 정사장면은 슬로우모션으로 처리된다. 반짝이며 튀어오르는 물방울과 희열에 찬 표정들, 생동하는 근육은 아름다웠다. 지나친 아름다움은 늘 불안을 몰고온다. 파멸의 순간을 예고하는 전주곡이니까.
아내의 슬픔을 고치기 위해 남편은 그녀의 공포를 마주보라고 한다. 피라미드를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을 찾으라고 한다. 찾기 위해 그들은 '에덴'이라는 숲으로 들어간다. 울창한 숲을 뚫고 들어갔을 때 나타난 오두막집. 이곳에서 이야기는 막장으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내내 슬픔을 분석하기 바빴던 남편의 팔에 진드기들이 내려앉았을 때 이성은 진정한 공포를 마주하기 시작한다.
'영화사에서 가장 불편하고 충격적인 영화의 탄생! 공포의 피라미드가 무너질 때, 이브의 악마성이 깨어난다!'
홍보문구는 동감이 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가장' 불편하지도 않았고 충격적이지도 않았으니까. 성기를 거세한다는 것 자체는 충격적 소재지만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국내 개봉에서는 해당 장면이 잘려나갔다. 뭔가 그럴듯한 표현인 '이브의 악마성' 은 애매모호하기만 하고 이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홀가분 회원들과 영화를 보고 나오며 가장 공포스러운 장면으로 아내의 노트를 발견하는 대목을 꼽았다. 부부의 이야기에서 갑자기 종교와 여성의 이야기로 훌쩍 뛰어넘는 대목이었다. 감독이 심어놓은 많은 비유와 상징들로 영화는 대번에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보고 돌아와 기사도 찾아읽고 누리꾼들의 감상도 읽었다. 열린 해석이 거의 불가능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고 싶은 바가 확실했다. 다만 찾아서 읽어내느냐 포기하느냐의 문제였다.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들. 여우, 사슴, 까마귀 그리고 3거지(고통, 슬픔, 절망)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종교와 여성의 역사로 읽더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다시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에 들어간다. 비록 영화를 보고 돌아온 저녁 내 오랜 공포와 마주쳐야 했지만 그렇기에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내가 미쳐버렸는데 아무도 모르면 어쩌지 하는 공포가 말이다. 아내는 그냥 미친 걸수도 있지만 과연 왜 미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것,그것이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아름다운 미친여자, 샬롯 갱스부르. 지금 칸에 진출한 <멜랑콜리아>로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작품에 또 출연했다던데, 방금 뉴스로는 감독이 “히틀러에 공감한다”고 해서 논란이다. 논쟁적인걸 즐기시는 듯, 라스 폰 트리에 감독님.
레밍에서 매혹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샬롯 갱스부르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으니 나는 좋지만. 심리적으로 불안한 역할들이라 걱정스럽다.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은 영화를 살린다. 오예.
내 글은 늘 두서 없기에. 대신 이동진 님의 글을 링크함.
'안티크라이스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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