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휴가를 냈다. 생일 다음날 근교로 1박2일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집에서 보냈다. 선물로 받은 '지우개 스탬프 만들기' 책을 보며 스탬프 두 개를 만들었다. 무료함과 그리움이 사뿐히 내려와 앉았다. 이 주째 밀어두었다 읽다를 반복한 '7년의 밤'을 끈덕지게 앉아서 다 읽었다. 이런 힘있는 서사와 표현을 작가는 어떻게 얻게 되었을까. 이 년간 썼다고 했다. 사흘만에 오늘 잠깐 회사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삶에서 완전히 놓여날 수는 없는 서글픔. 그리고 한편으론 삶으로 돌아가고싶은 한켠의 어리석음.
사나흘 가지고는 아주 모자라다. 한달 정도 혼자 집에 있어보고 싶다. 히키코모리처럼. 간단해질 수 있을까? 하지만 난 지난밤에도 나를 만나러 와주지 않은 YG에게 투정을 부렸다. 나에게 혼자란 태형같은 것일지도. 진눈깨비가 흩날린다. 첫눈이 오면 서울타워에 가기로 했는데 시간과 의무들에서 놓여날 수가 없다. 흐린 아침이 좋다. 오후에 해야할 일들을 헤아려본다. 그 중에 YG가 없다는 게 슬프지만 혼자 잘 지내는 연습을 해야한다. 먹고 씻고 움직이자. 막 서른이 되었는데 보름 후엔 서른 하나. 서른보다 서른 하나가 더 좋다.

7년의 밤, 정유정 -p,501~502
